기억해라, 프로도. 길을 나서는 것은 위험한 일이란다. 발을 딛는 순간,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면 어디로 휩쓸려 갈지 알 수 없단다. — J. R. R. 톨킨, «반지의 제왕»
이 글의 1부(https://hsedays.com/insights/safety-observations-rusal-part-1)에서는 '충분한 눈(many eyes)' 원칙과 기존의 경직된 3단계 점검 체계 대비 이 원칙이 가지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왜 우리가 안전 관찰 프로그램의 명칭으로 '주변을 둘러보라!(Look Around!)'라는 직관적인 행동 유도 문구를 선택했는지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당시 새로 신설된 UC RUSAL의 Downstream 사업부에서 우리 팀은 매우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러시아 전역과 해외에 산재한 11개 사업장 모두에서 재해와 사고 없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생산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사내 보건안전(HSE) 시스템을 한 땀 한 땀 새로 구축하고, 모범 사례를 기반으로 진정으로 효과적인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라' 프로그램은 우리 HSE 전략의 핵심 축이 되었습니다(https://hsedays.com/insights/safety-acting-together-rusal).
2018년 사업 초기 당사의 여러 사업장 상황은 누더기 조각보와 같았습니다. 일부 공장에는 고전적인 3단계 점검이 적용되었고, 다른 공장에는 4단계 점검이, 또 다른 곳에는 '로드맵' 방식이 도입되었으며, 일부 사업장에는 체계적인 점검 방식이 아예 부재했습니다.
우리는 단일 규정을 명령으로 승인하는 것은 쉽고 빠른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11개 모든 사업장의 현장에 무슨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현장 근로자와 관리자의 행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규정 제정은 쉬운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종이에 불과합니다. 규정 자체만으로는 안전 관리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한 거장이 말했듯,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는다"고 합니다.
💡 우리의 경우, 전략과 규정을 아침 식사로 삼키는 것은 다름 아닌 안전 문화입니다.
프로세스의 철학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황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과도 같았습니다. "그의 앞에는 세 갈래 길이 놓여 있었고, 각 길에는 '우회전하면 말을 잃을 것이요, 좌회전하면...'이라는 익숙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러분이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이러한 대규모 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신중하게 출발을 준비하고 각 사업장 동료들의 지지를 확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에 전체 구상의 성공이 달려 있었습니다.
💡 사람들은 변화 자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강제로 변화당하는 것에 저항할 뿐이다. — 조직 개발(OD) 개념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리처드 베크하드(Richard Beckhard).
우리는 동료들이 다음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다음 단계를 명확히 이해한다.
구식이고 비효율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나간다.
안정감을 느낀다. 자신들이 딛고 선 발판이 흔들리지 않음을 확인한다.
우리의 구상은 간단했습니다. 각 사업장에 '파일럿' 팀을 구성하고 팀원들의 주도로 즉시 안전 관찰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동조자가 아니라 조직의 관성을 극복하고 변화를 통제 가능하며 활력 있게 끌고 갈 변혁의 리더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이니셔티브를 전통적인 명칭인 'Quick Wins(빠른 성과)'라고 불렀습니다. 많은 분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변화 초기 단계에서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간단한 과제를 찾아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작업 환경의 '특성'으로 굳어버린 '만성적' 위험요인들을 해결하는 승리였습니다.
💡 변화 추진 팀에는 다른 직원들이 변혁 과정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영향력 있는 주요 관리자들이 충분히 포함되어야 한다. — 변화 관리의 고전적 모델 저자인 존 코터(John Kotter).
파일럿 팀은 4~6명의 소규모로 구성되었으며, 인원 구성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술 이사(팀 리더)
수석 기계 기술자
수석 전기 기술자
현장 소장 또는 선임 반장
HSE 전문가
이러한 역량의 균형은 모든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속성: 순찰 현장에서 즉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장시간의 승인 절차 없이 자원을 배분함.
기술적 전문성: 설비, 엔지니어링 네트워크, 건물 및 구조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함.
생산적 통찰력: 공정 및 작업 프로세스에 숨겨진 리스크를 깊이 이해함.
방법론적 지원: HSE 전문가의 전담 지도를 통한 그룹 활동 지원.
'Quick Wins' 이니셔티브는 기존의 HSE 점검 체계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이와 병행하여 적용되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3단계 점검에만 집중하여 이를 강화하고 보다 유연하고 활력 있게 만들었습니다.
체감할 수 있는 리더십: 순찰은 사업장 최고 경영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도구로 변모했습니다.
관료주의 대신 역동성: 3단계 점검은 사실상 종합상황실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순찰 빈도는 기존의 '월 1회'에서 '주 1회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디지털 시각화: 발견된 위험요인과 개선 조치 결과를 사진으로 의무 기록함으로써 작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팀 성과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시 대신 생생한 의견 교환: 발견된 위험요인 및 조치 방안은 현장에서 해당 부서의 관리자 및 근로자들과 직접 논의되었습니다.
승인 절차 대신 즉각적인 조치: 운영비(OPEX) 범주 내에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주요 위험요인은 즉시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추가 예산이나 장기 실행이 필요한 조치 역시 방치되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로 이관되어 기록·관리됨으로써, Quick Wins 실행 계획이 지연 과제로 정체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그림 1).

그림 1. Quick Wins: 시정 조치 계획 수립 수순도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상호 보완적인 두 가지 KPI가 적용되었습니다.
작업 그룹 구성원 1인당 발견된 위험요인 수 (건/월)
조치 완료된 위험요인 비율 (%, 누적)
우리는 유해한 '실적 채우기식' 시스템의 폐단을 완전히 뿌리 뽑고자 했으며, 이에 따라 사업장 팀원들의 리더십과 자발적 이니셔티브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목표치 기준을 최소 수준으로 설정하여 발전 방향성만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KPI의 월별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성과 지표를 성과급 제도와 분리했습니다.
우리는 초기부터 모든 직원에게 어떠한 꾸밈이나 과장 없이 일어나는 실제 변화를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 단기적 성과가 없으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포기하거나 변화에 저항하는 편에 적극 가담하게 된다. — 변화 관리 고전 모델의 저자, 존 코터(John Kotter).
따라서 모든 빠른 성과를 '전/후(Before-After)' 소식지(그림 2)에 기록하였고, 이를 활용해 작지만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그림 2. 진행 중인 변화 안내 소식지
물론 'Quick Wins'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새롭고 방대한 정보 데이터 흐름이 발생했습니다. 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간단하고 편리한 IT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도입 초기에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중앙 집중식 전자 저장소
VBA(Visual Basic for Applications) 자동화 기능이 구현된 맞춤형 Excel 파일
이러한 단순하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는 솔루션은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 대부분을 제공했습니다.
이메일 주고받기 및 무분별한 파일 확산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함.
관찰 내용의 검증 및 품질 관리를 지원함.
데이터 분석 및 KPI 모니터링을 자동화함.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형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함.
'Quick Wins' 이니셔티브는 흥미로운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표 참조).

단 3개월 만에 소규모 파일럿 팀은 전년도 한 해 동안 공장의 모든 반장 및 현장 관리자가 발굴하고 개선한 위험요인 수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차이는 16%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위험요인 구조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작업장 환경 관리
전기 안전
통행 안전
소방 안전
설비 안전
회전 및 구동 부품 안전
특히 발견된 위험요인 6건 중 1건(17%)은 치명적 중대재해(사망 사고)로 이어질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모든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리 없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으며, 이는 타당한 지적입니다.
점검 일지에 형식적인 '체크 표시'만 남기던 수년간의 관행을 탈피하는 것은 일부 참여자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이제 자신의 역할이 핵심적이며 바로 리더의 역할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야 했습니다.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추가 도구를 적용하여 이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허위 신호 감지 시 기각 처리를 포함한 관찰 내용의 검증 및 품질 관리
팀 전체 성과에 대한 개인별 기여도 정기 평가
결과를 총평하며 사업부 경영진은 설정된 목표가 달성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3개의 우수 성과 팀 중 최우수 팀을 별도로 포상했으며 팀원들에게는 포상금이 지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성과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Quick Wins'에 참여한 모든 직원이 자신과 익숙한 작업 프로세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향후 추진될 변화의 실효성을 확신하고 실무 역량을 점검하며 강화했습니다.
우리 HSE 팀 역시 이에 못지않게 값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프로세스의 방법론과 조직적 실행 측면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이를 통해 향후 사내 IT 시스템에 필요한 기능 요구사항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우리는 'Quick Wins' 프로젝트와 병행하여 전면적인 통합 관리 프로그램 출범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로써 우리의 안전 관찰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정상 궤도에 올랐습니다. 모든 팀이 맡은 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냈습니다.
이번 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 *
다음 편에서는 '주변을 둘러보라'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것이 단순한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유(정확히는 소프트웨어 그 이상인 이유)
'점검 대상 객체'가 필요했던 이유
개인별 책임이 배분된 방식
안전 작업에 대한 점진적 동기부여란 무엇인가
그 외 다양한 이야기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놓치지 마세요!